커리어 내내 3할 타율도 기록하지 못했고 두 자릿수 홈런도 한 번 없는 야수가 FA에서 26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류지혁(30)의 가치 책정은 단순히 보이는 숫자로만 판단된 것은 아니었다.
삼성은 지난 16일 류지혁과 4년간 최대 26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예상보다는 다소 높은 규모의 계약이었다. 인센티브 6억 원이 포함됐다고는 하지만 20억 원이 보장됐고, 4년간 연봉만 17억 원으로 연평균 4억 원이 넘는 수준이다.
류지혁은 2012년 두산 베어스에서 데뷔해 올해로 프로 13년 차의 베테랑 내야수다. 2017년부터 주전급으로 도약했고 두 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2020년 KIA 타이거즈, 2023년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타격이 돋보이는 선수는 아니다. 통산 타율이 0.269이고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 중 가장 높은 타율이 2022년 KIA에서 기록한 0.274였다. 장타력도 약한 편이라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이 3홈런에 불과하다.
주루 능력은 괜찮은 편이라 한 시즌 두 자릿수 도루를 세 차례 기록했지만, 압도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서른 줄에 들어선 류지혁에게 적지 않은 금액이 책정된 이유는 '팀 내 입지'다.
그는 두산, KIA, 삼성까지 몸을 담는 팀마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인성 좋은 선수'로 인정받아 왔다.
프로 무대에 갓 발을 들인 젊은 선수들을 다독여주고 아우르는 리더십도 각광받았다. 일례로 그가 KIA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됐을 땐 김도영이 눈물을 쏟기도 했다.
삼성에서도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삼성 내야진의 중심을 잡으며 팀의 수비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유격수 이재현, 3루수 김영웅도 수비에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류지혁의 영향력은 비단 내야진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고참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을 이어주는 가교 구실로 팀 전반적인 조직력에 기여했다. 삼성에 합류한 것은 불과 1년 5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삼성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올 포스트시즌에서도 '캡틴' 구자욱이 빠지자 자연스럽게 류지혁이 그 자리를 이어받기도 했다. 류지혁이 리더십을 발휘한 삼성은 한국시리즈까지 올라 저력을 발휘했다.
류지혁은 수비력만큼은 발군인 내야수이기도 하다. 삼성 이적 후엔 주로 2루수로 나서고 있지만, 유격수와 3루수, 1루수 등 내야 어느 포지션을 맡겨도 빈틈없이 자리를 메워준다.
김영웅과 이재현 등 젊은 선수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주전 2루수이자 '슈퍼 백업'으로 활용도가 높은 류지혁은 '대형 계약'을 맺을 만한 가치를 지녔다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두 차례 이적 당시 아쉬움을 표출했던 류지혁 역시 이번엔 삼성에 잔류했다는 것에 대해 크게 만족했다.
그는 "삼성에 남게 돼 정말 행복하다. 가족들도 아주 좋아한다"면서 "아직도 한국시리즈에서 진 것을 잊지 못하고 있다. 내년엔 무조건 우승"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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